1. 어떻게협동조합인으로활동하게되셨나요?

한국에서 소비자생협은 특이한 배경이 있습니다. 소협은 유통시스템을 개선하고 직거래를 통한 비용절감, 소비자 가격 안정 등에서 강점을 가지지요. 아이쿱생협은 여기에 더해서 상품이 가지는 의미, 가치에 집중하는 곳이었습니다.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은 사람에게도 이롭지만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유해하거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공식품에 대해 좀 더 안전하기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도 컸습니다. 따라서 아이쿱생협에서 공급하는 상품은 하나하나가 한국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이런 가치를 담은 소비문화, 이것을 실현한 상품을 이웃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었지요. 그런 모습을 길거리에서 커뮤니티 모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길에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협동조합인의 여정으로 이끌었습니다.

2. 협동조합운동이회장님인생에어떻게영향을미쳤나요?

협동조합 운동은 내 인생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생협의 대표가 되었으니까요. 친환경 먹거리/안전한 식품을 공급해왔던 아이쿱생협은 좋은 식품이야 말로 사람과 지구를 치유한다는 믿음으로 치유산업으로 도약했고,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라이프케어 협동조합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소비자생협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의 순간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지요.

그런 공적인 부분은 외에도 협동조합은 개인적인 삶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조’하는 인간의 자기결정, 실행은 너무나 멋진 일이지만 개개인은 커다란 경제 시스템 안에서 본인의 욕구를 쉽게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조하는 사람들의 협동이 필요합니다. 이런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는 단순히 경제조직체에 대한 운영 원리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협력하는 자세, 연대의 문화가 없이는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협동의 원리가 일상에까지 들어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3. 전세계많은여성들은여전히협동조합운동에서리더가되는데많은도전에직면하고있습니다. 회장님은이를어떻게극복하셨고, 이러한벽에부딪칠젊은여성들을위해조언해주실수있을까요?

‘시간에 속지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시간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따라 규칙적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흐릅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는 시간을 매우 상대적으로 느낍니다. ‘아직’이라는 말과 ‘벌써’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 때, 도달해야하는 목표가 힘겹게 느껴질 때 시간이 매우 늦게 흐른다고 혹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길을 완주하거나, 힘든 목표를 완성한 자리에 서서는 지난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집니다. 저 또한 도전에 직면한 많은 순간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심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좌절감에 빠지지 말고 뚜벅뚜벅 자신의 걸음을 내딛으십시오.

거기에 ‘조합원을, 동료를 믿으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네요. 저의 경험 상 협동조합 운동에서 원-톱 리더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공동의 요구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협력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협동조합도 성장시킵니다. 집단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활동한다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4. 회장님께협동조합정체성은무엇을의미하나요?

협동조합의 많은 리더들에게 그러하듯 저에게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북극성과 같습니다. 협동조합은 사람중심의 경제를 위해 설립하고 운영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잠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그것이 협동조합의 본령에서 동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둡기만한 밤하늘에서 다시 북극성을 찾아 희망의 도전을 이어가야 합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어떤 위대한 한 인간의 발명이 아니라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서로 돕는 인간들의 지혜의 복합체입니다. 그 지혜가 우리를 깜깜한 밤에도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게 해 줄 것입니다.

5. 협동조합정체성, 원칙, 가치들은조합원과커뮤니티를위한아이쿱생협의역량을어떻게강화해왔습니까?

아이쿱생협의 시작은 친환경 농산물을 안전한 가공식품을 공급한다는 6개의 작은 지역생협의 연합이었습니다. 조합을 운영하면서 조합원들의 확장된 요구를 함께 충족시키고 나아가 생산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기농클러스터(자연드림파크)를 조성하고 생산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협동조합 운영 원칙을 기반으로 한 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의 전과정에 대한 학습과 문제 해결 역량이 이 과정에서 쌓였던 것이지요. 생산자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건강한 식품을 공급하려는 클러스터는 수도권 중심의 한국 경제 시스템과는 반대로 구례, 괴산이라는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지역에 위치하면서 그 지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아이쿱생협의 발전 과정 자체가 공동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에서 시작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의 원칙 실현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하여 2017년~18년으로 이어진 포항/경주 지진 상황에서 필수품의 안정적 공급, 코로나로 인한 지역사회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과 마스크 우선 공급, 구례지역 수해로 인한 이재민들에 대한 식사와 목욕서비스 지원 등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아이쿱생협의 역량이 발휘된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아이쿱생협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기획된 구조물이 아니라 이처럼 조합원, 생산자, 직원, 지역사회의 상호작용 속에서 보다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바람으로 시작되었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역사회의 확장인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NO 플라스틱 약속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6. 올해대회에서가장기대가되는것은무엇입니까? 이번대회의토론을통해무엇이나오길기대하십니까? 어떻게하면대회에참석하는사람이많은것을얻을수있을까요?

새천년(뉴 밀레니엄)이 주는 기대감은 채 10년도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는가 하면 반세기가 되지도 않았는데 급격한 IT기술의 발전과 펜데믹 상황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합니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때조차 투자자소유기업들은 기업 형태 자체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회복력을 증명해오고 있으며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협동조합인들이 우리들의 정체성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효하게 작동하면서 세상을 바꿔 온 협동의 힘에 대한 믿음과 격려가 가득한 대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한 좋은 사례들로부터 풍부한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협동조합운동은 다양하며 각국의 제도와 사회 문화적 여건의 차이로 인해 협동조합이 발전하는 과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에 집중하기 보다는 공통으로 가져갈 수 있는 성공사례에 집중하며 각자의 협동조합에서 그것들을 발현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재회가 각자가 가진 소중한 씨앗들을 나누고 그것들이 나무가 숲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